"목숨을 걸고 공부하라" 학원 수강 첫날에 이한철 지도 교수님의 일성이다.
학원 등록을 마치고 받아든 책을 펼쳐보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건 그냥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것으로 벌써 주눅이 들어 있던 상황이었다.
속된 말로 ' 하얀 것은 종이요, 검정 것은 글씨였다.' 분명 한글로 씌여진 책인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기의 'ㅈ'도 모르는 사람이 시작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글자 그대로 무식해서 용감했나?

큰일났다 싶었다.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왕초보를 위한 기초를 다루는 책을 탐색했다. 보조 교재를 하나 더 샀다.
어렵사리 구한 책이라 글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정독을 해 보는데 역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학원 강의를 열심히 듣고 내용은 잘 모르지만 정성껏 필기도 했다. 복습을 해 보지만 기초를 모르고 하는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1~2주를 버티며 수강을 하는데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옆자리의 한 사람이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보았다. 사실 나도 그동안 몇 번이고 집어 치우고 싶었다. 그러나 국기반으로 수강하기까지 여러 과정도 복잡했고, 평생을 도전과 극복으로 직장에서 무사히 은퇴하고 나 자신이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의미가 컸던 기회인지라 스스로 포기한다는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은 오기심도 있었다.

등록 후 3주를 보내고 한 달이 되니,  이제 뭔가 어렵풋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제2의 과목으로 들어가니 다소 수월한 느낌이 들고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시간 중에는 열심히 질문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무리 터무니 없는 질문이라도 성심껏 지도해 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교수님의 노력이 큰 힘이 되었다.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주말과 일요일도 없이, 아니 모든 일상을 접고 공부에 전념했다. 3개월의 기간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놀라운 시간이기도 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학원에서 수시로 보는 모의고사(기출 문제풀이) 성적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 다닐 때 이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인한다.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로 임했다.
날씨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1월 28일의 시험일 5일 전부터는 감기까지 덮쳐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더구나 60대 중반을 넘어 70고개를 오르는 연륜은 시력의 약화와, 감퇴를 거듭하는 기억력의 한계(?)가 커다란 장애로 다가왔다.
감기 증세는 과연 시험을 볼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단계로까지 증세가 심해졌다.  마음은 바쁜 데 공부는 제대로 못하는 나날이 거듭되었다. 최악의 컨디션으로 한 시간을 버티며 시험을 마쳤다. 결과는 의외로 좋았다. 학원에서 풀어보던 어느 모의고사 보다 더 높은 점수로 합격의 기쁨을 맛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고 단지 어느 정도의 고득점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는 했다.
그러나 자만은 금물이었고 보고 또 보고 다지고 또 익히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한 결과로 여겨져 만족스럽다.

시종일관 열정을 다 하신 이한철 교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안양전기공과학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바이다.